Home > 커뮤니티 > 독자광장
세네갈 엄마와 아이들
writer : 유영애 (happymind770) date : 2009-04-14 12:21:25 hit:9917
File #1 : ch.jpg

처음 세네갈에 와서 한국에서 살던 기준으로 보았을 때, 이곳 엄마들이 아이를 키우는 모습은 좀 비위생적이고, 비상식적이었다. 세네갈의 수도 다카르는 사막 위에 건설되어, 아스팔트가 깔린 주도로를 제외하고는 바닥이 거의 모래다. 길을 가다 보면, 돌도 채 되지 않은 아이가 닭과 더불어 양 똥과 쓰레기가 나뒹구는 모래바닥을 방 삼아 뒹굴며 놀다가 모래도 주워먹고 양 똥도 주워먹는다. ‘저렇게 아이들을 키우면 병에 걸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곳에서는 대체로 좁은 방에서 한 가족이 사는데, 적게는 2명, 많게는 예닐곱 명의 아이들을 키우기에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은 모래 위가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엄마들이 한국 엄마들처럼 상식을 가지고 아이들에게 주의를 주는 것도 없다. 이곳 아이들은 형편이 되지 않으면, 여자 아이들은 거의 학교에 가지 못하고 엄마를 도와 동생을 돌보고 집안일을 돕는다. 남자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정비소에 들어가서 기술을 배우거나 시장에서 비닐을 파는 등 장사를 하기도 한다. 물론 길거리에서 돈이나 먹을 것을 달라고 구걸하는 아이들도 많다. 형편이 그러하니 엄마들이 아이들을 돌봐 준다든지 교육에 관심을 가질 수 없는 것이다. 괜찮게 사는 사람들은 아이들에게 나름대로 좋은 환경과 조건을 제공해 주지만, 대체로 세네갈의 엄마들은 자신에게 허락된 좋지 않은 형편과 조건 안에서 아이들을 키운다. 조건이나 환경을 따지기에는 아프리카의 상황이 아직은 많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세네갈의 물에는 석회질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정수기로 물을 걸러서 먹는다. 한번은 이곳에 사는 한국 사람의 집에 초청받아 간 적이 있는데, 그분이 세네갈의 물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물은 사서 먹어야 한다고 했다. 수돗물 속의 석회질은 정수기로도 걸러지지 않기 때문에, 특히 아이들에게는 아주 안 좋다면서 꼭 물을 사서 먹으라고 당부했다. 그분 말을 듣고 보니 꼭 물을 사먹어야 할 것 같은데, 비용이 만만치 않아 마음 한쪽이 무거웠다.
그런데 이곳에서 물을 사서 먹는 집은 부자가 아니고는 거의 없다. 수돗물을 우리처럼 정수기로 거르는 것도 아니고 그냥 마신다. 그런데도 아이들은 정말 건강하다. 문제가 생기려면 물을 그냥 마시는 사람들 모두에게 생겨야 하는데, 정말 건강하게 지내는 이곳 아이들을 보면 어떤 물을 먹느냐가 건강을 좌지우지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을 창조하신 하나님의 손에 우리 건강이나 안전이 들어 있다는 마음이 들어 평안할 수 있었다.
이곳 길거리를 다니다 보면, 수돗물에 색소를 넣어서 만든 아이스크림을 한국 돈 100원에 파는 사람들이 있다. 아이들은 그것 하나 먹고 싶어서 그 주위를 맴도는데, 우리 아이들도 예외는 아니다. 아이스크림을 먹는 날은 아이도 기뻐하고 사주는 엄마도 뿌듯해한다. 그런데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그건 불량식품이니까 먹으면 안 된다고 하면서 잘 사주지 않는다.
우리 아이들이 가끔 아플 때가 있다. 한번은 아이가 열이 40도 정도 오르는데 약을 먹여도 듣지 않아서 개인 병원을 찾아가 말라리아 검사를 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니까 피 검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 항문에 체온계를 꽂더니 열이 40도가 넘는 것을 보고는 말라리아라고 했다. 어이가 없어서 피 검사는 안 하느냐고 했더니, 무조건 말라리아라고 하면서 검진료를 내라고 했다. 이곳 사람들은 그렇게 진찰 받아서 의사가 말라리아라고 하면 그냥 주사를 맞거나 약을 먹는다.
‘비위생적이다, 비상식적이다’라고 여기는 것도 결국 내 경험에서 나온 기준일 뿐, 아이를 잘 키우거나 못 키우는 척도가 될 수는 없었다. 이곳에서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서 보니, 이곳 엄마들은 아이들을 잘 키우기 위해서 아등바등하지 않고 없으면 없는 대로 작은 것에도 감사해하며, 아이들도 없는 것으로 인해 어려워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순수해 보였다. 풍선으로 만든 강아지가 너무 신기해서 서로 가지려고 싸우는 아이들, 색종이 몇 장으로 만든 벽걸이 장식이 굉장히 값진 선물이 되는 아이들의 마음은 문명의 이기와 풍요 속에서 살아온 나와는 많이 달랐다.
이곳 사람들의 삶을 보면서 내가 가진 기준이나 상식이 잘못된 것을 느낀다. 특히 하나님 앞에서 내 기준이나 상식이나 경험이 얼마나 무익한 것인지를 알게 된다. 만물을 주관하시는 하나님께 맡겨지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가장 평안한 길이라는 것을 이곳에 와서 조금씩 알아 가고 있다.
얼마 전, 아이가 말라리아에 걸려서 많이 아팠다. 그때 나는 가나에 가 있어서, 아이를 낳고 기르는 엄마라고 해도 아픈 아이를 위해서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기도를 하는데, ‘정말 내가 아이를 위해서 해줄 수 있는 게 있나? 내가 해주면 무얼 얼마나 해줄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것도 없었다. 설령 해줄 수 있다 해도 그건 내 한계 안에서 해줄 수 있는 정말 작은 부분일 뿐이지, 근본적으로 아이의 생명이나 그 어떤 것도 지켜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은혜로 아이를 낳고 은혜로 아이를 기르고 있으면서도 어느덧 내 마음 깊숙이에 내가 아이를 잘 키울 수 있고 지켜줄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정말 그렇지 않았다. 하나님만이 그 아이를 지키실 수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하나님이 나와 우리 아이들과 함께하신다는 것이 얼마나 큰 복인지를 알 수 있기에 이곳 아프리카에서 사는 것이 감사하다. 그리고 내가 만들어줄 수 없는 마음을 우리 아이들에게 아프리카를 통해 줄 수 있어서 더욱 감사하다.
부족한 형편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사는 이곳 세네갈의 엄마들도 어려운 일들을 만나 감당할 수 없는 형편 앞에서 만물을 주관하시는 하나님을 몰라서 절망하고 고통만 하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 열악한 형편 속에서 주인 되신 하나님을 안다면, 그 형편도 어려움도 그 어떤 것도 넉넉히 이길 수 있을 텐데…. 오랜 세월 이슬람교를 믿고 있는 이곳 사람들 마음에 말씀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이 만왕의 왕이 되시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IP Address : 124.♡.111.♡
- memo name pass
UUKHZMQici 붉은색으로 표시된 글자를 입력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