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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범죄
writer : 김민영 (gedichte) date : 2008-10-21 12:28:01 hit:3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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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 동호회에서 자연스럽게 만난 세 사람. 이들 가운데 한 사람은 어린 시절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가 재혼하면서 숙부 밑에서 학대를 받으면서 자랐고, 나머지 두 사람은 편부와 편모 슬하에서 많은 어려움을 당하면서 자랐다. 이들은 학교를 다니면서 또래 친구들과 다른 자신들의 환경으로 인해 쉽게 어긋나 때로 가출도 하고 가난 때문에 결국 학업을 중단하였지만, 평범한 가정을 이루어 보려고 부단히 노력하였다. 청소년 시절에는 중국집 배달원, 청년 시절에는 화물차 기사, 공사장 막노동 일을 거쳐서 생수 배달을 하였고, 오토바이에 관심이 있던 세 사람은 우연히 같이 모여 지냈다.

비록 청소년기나 청년 시절에 잠시 비뚤어지기도 하였지만, 두 사람은 가정을 이루었고, 나머지 한 사람도 곧 가정을 이룰 단계에 있었다. 그런데 이 세 사람에게는 공통적으로 빚이 천만원 내지 이천만원 가량 있었고, 이 때문에 고민에 빠져 있었다.

하루는 이들 가운데 나이가 가장 많은 사람이 빚을 해결하려면 월급 받는 것으로는 안 되고 뭔가 특별한 일을 해야 하고, 여자를 납치해서 돈을 뜯어내면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말을 건넸다. 나머지 두 사람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들으면서 그렇게 하자고 하였다.

그렇게 시작한 범죄를 이들은 차근차근 실행에 옮겼다. 결국 이들은 대학가에서 3명의 여대생을 납치하여 성폭행하고 살인한 후 모두 한강에 던져버리는 끔찍한 일을 벌였다. 별 생각 없이 동의한 두 사람은 ‘우리가 어떻게 이렇게 끔찍한 일을 벌였는지 지금도 이해할 수 없다’며 뒤늦은 후회를 하였다. 이들이 세 명의 여대생을 납치하여 죽인 결과로 얻은 돈은 100만원이 조금 넘을 뿐이었다.

나는 국선 변호사로 이들을 변호하기 위하여 Y구치소에서 접견하였고, 한 사람씩 차례차례 접견하면서 어떤 면에서는 다른 사람보다 더 순진한 이들이 어떻게 의도적으로 두 차례에 걸쳐 세 사람을 죽일 수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사실, 이들이 겪은 어려움은 특별한 것이 아니었고, 빚 문제 역시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다. 그런 문제들 때문에 신변에 위협을 받고 있지도 않았고, 이들도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수없이 시도하고 노력하고 있었다. 그러니 사람을 죽인 원인은 어려운 환경이나 빚에 있지 않았다.

이들은 보통 사람들과 다른 사고, 즉 ‘나는 결국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없고, 보통 사람처럼 살 수 없다’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굳어진 사고를 가지고 있었다. 만일 이들 주위에 마음을 간섭해줄 사람이 단 한 사람이라도 있었다면, 100만원 때문에 세 사람을 죽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불행하게도 굳게 닫힌 이들의 마음을 누구도 열게 할 수 없었고, 이들 스스로도 마음을 닫아버리는 데 익숙해 있었다. 그것이 자신을 보호하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들뿐만 아니라 매스컴에 나올 만한 끔찍한 사건을 맡아 보면 대개가 이러한 경우다. 닫힌 마음은 결국 자신과 타인을 죽이거나 상처를 입히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최근에 예수님과 만났던 사마리아 여인과 율법사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생각난다. 복음에 대해서 전혀 몰랐던 사마리아 여인은 예수님이 하신 말씀의 의미를 처음에는 잘 몰랐지만 마음을 열면서 결국 예수님 속에 있는 생명을 얻었다. 하지만 율법에 대하여 자신하고 있었던 율법사는 예수님을 만나는 일생 최대의 행운을 얻었으면서도 자신을 지키기 위하여 마음을 닫은 까닭에 영생을 놓치고 말았다.

마음으로 하는 대화가 강조되는 요즘, 우리 마음이 열려 있는지 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서울, 박문택(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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