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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writer : 김민영 (gedichte) date : 2008-10-21 12:30:52 hit:3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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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대학교 축제인 대동제를 마치고 컬쳐 모임 때문에 수원에 가야 했다. 저녁 7시 반, 당연히 고속버스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미 막차가 끊겼다고 했다. 전주에서 수원에 가는 차는 많지 않다는 것이었다. 기차를 타고 갈 수밖에 없었다. 알아 보니 8시 반이 마지막 기차인데, 나는 암 투병중인 진철이 형을 만나러 가는 중이었다. 기차를 타려면 택시를 기차역으로 돌려야 했다. 차를 돌리고 싶었지만 ‘오늘 들은 말씀을 전해 줘야겠다’는 마음에 그냥 병원으로 향했다.

“예수를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신 이의 영이 너희 안에 거하시면 그리스도 예수를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신 이가 너희 안에 거하시는 그의 영으로 말미암아 너희 죽을 몸도 살리시리라.”(롬 8:11)

죽음이 드리워진 병실에서 형이 누워 있는 침대에는 소망이 가득했다. 아무도 형이 살 것이라고 이야기할 수 없지만, 하나님은 살리신다고 말씀하셨다.

교제를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8시 20분이었다. 기차 안내원에게 어떻게 하면 수원에 갈 수 있는지 물었다. 전주에서는 늦었고, 익산에서 9시 30분 기차가 있다고 했다. 그 기차를 타려면 바로 택시를 타고 버스터미널로 가서 익산 가는 버스를 타고, 익산 버스터미널에서 다시 택시를 타고 역까지 가야 하는데, 그렇게 하면 차비가 두 배나 들고 시간도 오래 걸릴 것이었다. 갑자기 ‘내가 이렇게까지 해서 수원에 가야 하나?’ 하는 마음이 올라왔다. ‘이게 하나님의 인도가 맞나?’라는 생각이 들고,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택시를 타고 버스터미널로 가서, 버스가 출발하기 직전에 올라탔다. 나보다 조금 늦게 탄 아주머니가 나만큼 급한지, 맨 앞자리에 앉아서 기사님께 익산역에 가냐고 물었다. 왠지 그 아주머니가 수원에 갈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주머니, 혹시 수원 가세요?”

“응. 나 수원 가는데.”

“정말요? 저도 수원 가는데.”

그 버스를 타고 간다 해도 수원 가는 기차를 놓칠 수도 있기에, 동행자가 있다는 것이 무척 감사했다. 우리 버스는 거의 날아서, 40분 걸려야 할 거리를 30분만에 도착했다. 나는 아주머니와 같이 가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 어머니와 비슷한 느낌이 들어 편하게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아주머니의 딸도 나와 같은 전북대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기차역에 도착해 차표를 끊으려고 하는데, 아주머니는 자기가 끊어 주겠다며 기다리라고 하셨다. 아주머니는 어렸을 때 사고로 다쳐 장애3급 판정을 받아, 기차표를 살 때 자신의 것 외에 하나 더 끊으면 반값만 낸다고 하셨다.

수원까지 아주머니와 같은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주머니는 처음 본 나에게 지난 이야기들을 들려 주셨다. 부끄러웠던 이야기, 자식들 이야기, 힘들었던 일들…. 내 속에 ‘이분이 하나님을 만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일어났다.

“아주머니, 혹시 하나님 믿으세요?

“응. 믿기는 하는데 교회는 안 다녀. 어떤 교회가 참 교회인지 몰라서, 진짜 하나님이 있는 교회를 만나면 다니려고.”

수원까지는 3시간이 걸리는데, 나는 2시간은 컬처 준비를 하고 1시간은 자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주머니가 하나님 이야기를 할 때 가방에서 성경을 꺼내지 않을 수 없었다. 아주머니에게 복음을 전하기 시작했다. 누가복음 15장에 나오는 탕자 이야기를 했다. 말씀을 진지하게 듣던 아주머니는 “내가 맏아들처럼 살고 있었네.” 하셨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전에는 하나님께 풍요롭게 해 달라는 기도와 죄를 사해 달라는 기도를 했는데, 요즘은 너무 힘들고 지쳐서 하나님을 만나고 싶다고 기도했어.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하나님을 만나는지도 모르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 그런데 버스에서 학생을 만나 기차표를 끊어주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 딸에게 차표를 한 장 더 예약해 달라고 부탁했는데, 하나님이 이렇게 학생을 만나게 하신 것 같아.”

아주머니는 성경 말씀을 들려 준 것에 대해 감사해 하셨다.

나는 ‘이게 하나님의 인도인가?’ 하고 짜증을 냈지만, 하나님은 내 생각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끄셔서 그 아주머니를 만나게 하신 것이다. 내가 만약 진철이 형을 만나지 않고 전주에서 기차를 타고 왔다면, 아마 내 계획대로 일을 한 후 자고 왔을 것이다. 하나님은 날 위해 차비를 준비해 두시고, 하나님을 찾는 분을 만나게 하시려고 했는데 말이다. 얼마 전까지 짜증이 가득했던 내 마음에 주님에 대한 감사로 가득 찼다.

“기록된바 하나님이 자기를 사랑하는 자들을 위하여 예비하신 모든 것은 눈으로 보지 못하고 귀로도 듣지 못하고 사람의 마음으로도 생각지 못하였다 함과 같으니라.”(고전 2:9)

한치 앞도 보지 못하는 내 감각을 믿고 살아가는 내 모습이 부끄러웠다. 수원에서 아주머니는 나중에 꼭 찾아가겠다고 말씀하셨다. 과천 서울랜드에서 가졌던 컬쳐가 아름답게 끝나고 1주일 후, 아주머니는 전화를 주셔서 교회에 오겠다고 하셨다. 그리고 지금은 우리 교회에서 신앙 교제를 나누며 지내고 계신다.

-전주, 송충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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