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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신앙의 장애아
writer : 김민영 (gagger) date : 2008-10-21 12:50:15 hit:3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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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3일, 간절히 기다렸던 기쁜소식강남교회 건축 허가가 나왔다. 허가가 나오기까지 정말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나는 건축 설계를 하는 실무자로서 그 동안 강남교회 허가 받는 일을 계속 추진해 왔는데, 사실 길이 안 보였기 때문에 마음에 어려운 순간들이 참 많았다. 상황이 조금도 변할 것 같지 않던 그때, 하나님은 내게 당신이 준비하신 일들을 통해 내 생각을 내려놓게 하는 일들을 계속하셨다.

지난 2005년, 강남교회 건축에 문제가 있어서 설계감리자인 나는 건축법 위반으로 행정기관으로부터 일정 기간 사회봉사 명령을 받았다. 말로만 듣던 사회봉사는 직접 접해 보니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봉사 장소로 지정된 기관은 중증 정신지체 장애자들의 직업훈련 및 특수교육을 담당하는 복지 단체였다. 그곳에서 나는 중증 정신지체 장애인들의 교육 보조를 맡았다. 교육을 받는 사람들은 대개 20살이 넘은 성인임에도 지능이 매우 낮아서 말이 분명치 않고, 또 몸에도 장애들을 갖고 있었다. 또 몇은 간질 증세가 있어서 발작을 일으킬 때마다 옷을 갈아입혀 주고 목욕도 시켜 주어야 했다.

나의 하루 봉사 일과는 아침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복지회관에서 교육 보조를 하고, 3시 이후에는 그룹홈(Group Home)이라는 별도의 숙소에서 6시까지 장애인들과 함께 지내는 것이었다. 그룹홈에서의 생활은, 장애가 가벼운 사람들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교사와 더불어 장도 보고 청소도 하고 식사도 하는 등의 일상생활을 경험케 하는 것이었다. 그러한 그룹홈에서도 생활도 행동이 느린 장애 학생들에게는 쉽지 않았다.

매주 월요일은 그룹홈에 필요한 먹거리를 한꺼번에 사는 날로, 가까운 대형마트에 가서 정해진 물건들을 하나씩 사는 훈련을 반복했다. 하루는 100kg이 넘는 남학생 1명과 여학생 1명을 데리고 마트에 가서, 여학생에게는 카트를 맡기고 남학생에게는 물건을 사오게 했다. 마트를 오고가는 것은 좀 익숙해 보였지만, 물건을 사는 것을 여전히 불안했다. 오이를 사야 하는데 호박을 집기도 하고, 물품을 고를 때 어떤 것이 좋은지를 거의 구별하지 못해 일일이 물품을 들고 어떤 것이 좋은 것인지를 설명해 주어야 했다.

그렇게 물건들을 하나씩 사던 중 우리는 밑반찬 코너를 지나가게 되었다. 마침 거기에서 오징어를 엿기름에 조려서 밑반찬을 만드는 모습을 본 남학생이 어눌한 말로 내게 물었다.

“선-생-님, 우-리 이-거 머-그-면 안-되-여?”

그날 사야 할 물품 목록에 그 반찬이 없어서, 나는 “그 오징어 오늘 사야 하는 것이 아니니까 다음에 사자.” 하고 얼른 다른 코너로 가려고 했다. 그때 밑반찬 코너 아주머니가 그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먹고 싶어? 그럼 아- 해 봐.” 하고 젓가락으로 오징어조림을 집어서 학생의 입에 넣어 주려고 했다. 그러자 그 학생이 갑자기 손으로 오징어조림을 뭉텅 잡아서 입에 넣었다. 이미 입 주위에는 주황색 엿기름이 덕지덕지 묻었고, 오징어조림이 묻은 손바닥을 깨끗한 흰 윗옷 가슴팍에 마구 닦았다. 뒤에 있던 여학생도 내가 어떻게 할 겨를도 없이 똑같이 손으로 오징어를 뭉텅 집어서 입에 넣고는 옷에 손을 문질렀다. 순간 나는 화가 머리 끝가지 치밀어올랐다.

“너, 이거… 지금 뭐하는 거야!!”

그렇게 말하는 동시에 어떤 생각이 내 머리를 강하게 치는 것을 느꼈다.

“개가 그 토한 것을 도로 먹는 것같이 미련한 자는 그 미련한 것을 거듭 행하느니라.”(잠 26:11)

오징어로 자신의 몸과 옷을 더럽혔음에도 불구하고 아무 감각이 없는 그 학생들의 모습이, 내 생각을 따라가다가 한계에 부딪혀 어려움을 겪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방치하는 내 모습과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단이 주는 생각들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결과를 낳는지는 말씀 시간에 수없이 들었음에도, 나는 아직도 내게서 올라오는 그 생각들을 용납하면서 살지 않는가!’

그날 그 학생들의 모습이 바로 나 자신인 것을 하나님께서 보여 주셨다.

‘하나님도 나를 이끄시면서 엄청나게 화날 일이 많으셨겠구나.’

정말 걸음 하나하나가 불안하고, 물건을 사도 구별할 줄도 모르고, 또 순간적으로 올라오는 본능 앞에서 허무하게 무너져버리는 자가 의지할 것이 뭐가 있다고 하나님 앞에서 내 생각과 마음을 내려놓지 않고 사는지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날 나는 물건을 다 산 후, 두 학생의 손을 꼬옥 잡고 몇 번씩 그 아이들의 얼굴과 반찬이 묻은 옷을 바라보면서 그룹홈으로 돌아왔다.

하나님께서 내 모습을 보여 주시지 않으면, 나는 형편없는 삶을 살면서도 감각 없이 살아갈 수밖에 없다. 하나님의 지혜가 내게 오지 않는다면 나는 하나님의 세계와 하나님의 섭리를 깨닫지 못하고 무지한 자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하나님께서 건축 허가를 주신 지금, 지난 일들을 돌이켜보면서 그 과정에서 하나님께서 내게 가르쳐 주신 일들이 기억나 감사한 마음으로 글을 적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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