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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알고 나누는 것이 아름답다
writer : 김민영 (gedichte) date : 2008-10-21 13:04:54 hit:3375
File #1 : Astronaut.jpg

지난 2006년 7월, 지원자 36,206명 가운데 최초의 우주인 후보 2명을 뽑기 위한 선발 절차가 시작되었다. 선발된 두 사람은 러시아에서 약 1년 간 훈련을 받고, 2008년 4월에 최종적으로 한 사람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는 최초로 러시아 우주선을 타고 우주 비행을 하게 되는 것이었다.

3만 명 가운데 2명 선발이니 비율로는 약 15,000:1이지만, 실제로는 36,204명을 떨어뜨려야 하는 생존 게임이었다. 서류 전형에서 10,000명이 남았고, 3.2km 단축 마라톤 등 기초체력 테스트를 통해 선발된 사람이 3,176명이었다. 우주인의 필수 언어인 영어와 상식 시험으로 500명으로 줄었고, 정밀 신체검사에서 245명이 남았다. 다시 심층 체력 테스트(왕복달리기, 윗몸일으키기, 팔굽혀펴기 등)를 통과한 사람은 30명이었다. 교수, 방송국 PD, 공군 장교, 박사, 의사 등 똑똑하고 화려한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이제 무엇을 기준으로 최종 2명을 선발해야 할까?

30명 가운데 10명을 선발하는 과정에 나도 면접관으로 참여했다. 어느 조직이나 사람을 선발할 때에는 거의 필수적으로 면접 과정을 거친다. 시험만으로는 사람의 내면 세계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의 내면 세계를 관찰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더욱이 내로라하는 똑똑한 사람들 30명 가운데에서 10명을 선발하는 것은 더욱 그랬다. 면접은 30명을 6명씩 다섯 개 조로 나누어서 집단 면접을 실시했다. 여섯 명의 후보자가 입장해서 자리에 앉으면, 면접 위원장이 ‘앞에 놓여 있는 종이에 기록된 대로 작업을 시작하라’고 했다. 종이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여러분 앞에 놓여 있는 레고 장난감으로 4층짜리 건물을 건축하십시오. 제한시간은 30분이며, 건축물의 용도와 설계 등은 팀원이 의논해서 결정하십시오.”

면접관들은 후보자들이 레고 장난감으로 건축물을 쌓아 가는 동안 아무 말 없이 지켜보기만 했다. 후보자들은 서로 무슨 건물을 어떻게 짓고 누가 어떤 임무를 담당할 것인지 의논한 다음 제한시간 내에 건축물을 완성하기 위해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느라 면접실에는 긴장감과 적막이 흘렀다. 가끔 팀원들끼리 몇 마디 이야기를 하기도 하지만 제한시간이 다 되어 갈 때까지 긴장감이 이어졌다. 대개 네 사람이 한 층씩을 쌓고, 한 사람은 바닥과 조경을 그리고, 나머지 한 사람은 리더로 팀원의 조율과 조화를 담당했다. 각자 맡은 층이 완성되면 이를 조합하여 건물을 완공하는 것이다.

제한시간과 면접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자신에게 맡겨진 임무를 완성해야 한다는 중압감 때문에 마무리를 앞두고 어김없이 실수하는 사람이 나타났다. 제한시간이 다 될 무렵 한 사람이 자신이 쌓은 건축물을 실수로 와르르 무너뜨리고 만다. 순간 여기저기에서 신음소리가 쏟아지고, 실수한 사람은 죄인이 되어 안절부절못한다.

거의 모든 팀에서 이런 실수가 있었는데, 내 기억에 남는 한 팀이 있었다. 동료의 실수에 팀원들의 탄식 소리가 흘러나오더니, 팀원들은 바로 자신의 일을 중지하고 달려들어서 실수한 동료의 건물을 복구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여 비록 완벽하지는 않지만, 자신들이 작업한 것과 조합하여 건축물을 완성했다. 그런데 한 사람은 그 과정을 힐끗 쳐다보더니 미동도 하지 않고 자신의 임무를 훌륭히 완수했다. 나머지 다섯 명은 자신들의 임무를 완수하지 못한 채 조합하였고, 한 사람만 시간 내에 자신의 임무를 완수한 것이다.

작업이 끝나고 50분간 본격적인 면접이 시작되었다. 면접관들을 혼자 자기 일을 완수한 후보자에게 집중적으로 물었다. 그는 박사 학위 소유자로 잘생기고 말도 잘하는 사람이었다.

“당신은 어떤 생각으로 그렇게 했습니까?”

“면접관님, 생각해 보십시오. 우주에 나가면 아무도 도와줄 수 없습니다. 오늘 하는 이 면접도, 공동 레고 작업도 바로 그런 능력을 시험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까? 만약 우주에서 위기상황이 발생했을 때 당황하고 우왕좌왕한다면 절대로 살아 돌아올 수 없습니다. 어떤 위기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냉정을 찾고 자기 일을 충실히 할 수 있는 사람만이 우주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도대체 이 사람에게 몇 점을 주어야 하는가? 후보자들이 돌아간 후 면접관들 사이에 격론이 벌어졌다. 어떤 면접관은 90점을 주어야 한다고 했고, 나는 적극 반대했다. 그는 똑똑했고 임무도 훌륭히 완수했지만, 동료를 배려하고 그들과 마음으로 함께하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격론 후 면접관들은 각자 점수를 매겼고, 그 후보자는 탈락했다.

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 씨 팀도 같은 위기를 겪었다. 그때 이소연 씨는 어려움에 처한 동료의 작업을 도와 완성한 후 자신의 작업을 완성했다. 그 팀은 마지막까지 완벽하게 팀웍을 이루어냈다. 나는 이소연 씨와 다른 팀의 두 명의 후보자가 팀원을 배려하는 마음이 뛰어나서 그 세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 최종 우주인이 되리라고 생각했다. 명석한 두뇌와 냉철한 판단력이 있으면 일을 이뤄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은 마음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우주인 면접 과정을 지나면서 내가 복음을 들었던 때가 생각났다. 예수님이 세상 죄를 짊어지시고 우리 죄를 위해 돌아가시면서 ‘다 이루었다’고 말씀하셨다. 항상 죄에 눌려 있던 내게 그것은 해방과 자유의 공포였다. 그런데 성경에는 이해되지 않는 이상한 내용들이 있었다. 자기 분깃을 가지고 집을 나가 탕진하고 거지가 되어서 돌아온 둘째 아들에게 아버지가 가장 좋은 옷을 입히고 살찐 송아지를 잡아 먹고 즐기는 것이나(눅 15장) 아침 일찍 포도원에 들어가서 일한 품꾼이나 오후 늦게 들어가서 일한 품꾼이나 동일하게 한 데나리온을 받는 일(마 20장) 등이다. 아침에 들어온 품꾼이 주인에게 항의하자 주인은 그와 같이 주는 것이 자신의 뜻이라고 했다. 이런 말씀들은 하나님의 마음을 알지 못하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이었다.

내가 구원받고 교회에서 신앙을 배우면서 하나씩 알게 된 하나님의 마음은, 은혜였다. 내가 일해서 받는 것은 품삯이다. 그리고 내가 일하지 않았음에도 받는 것은 은혜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모든 것을 은혜로 주고자 하신다. 그 하나님의 마음을 알지 못할 때 언제나 내가 나서고, 내가 무슨 일이든지 책임지려고 했다.

나는 아무것도 한 것 없이 은혜로 구원을 받았고, 은혜로 하나님의 모든 것을 누린다. 형편없는 나에게 은혜를 베푸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알 때 나는 하나님 안에서 쉼을 누리며, 다른 사람을 향해서도 마음의 문을 연다. 하나님의 은혜는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미쳐지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마음을 아는 것, 그것이 신앙의 첫걸음이자 마지막일 것이다.

중력이 지배하는 지구를 벗어나 전혀 다른 세상인 우주에서 생활할 우주인 선발 과정에서 나는 다시금 마음을 나누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것임을 생각하며, 우리와 마음을 나누기 위해 자신을 비워 종의 형체를 입고 우리를 찾아와 주신 예수님이 한없이 감사했다.

 

-서울, 이명구(대한주택공사 정책경영연구실 연구위원, 경희대 경영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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