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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깃꼬깃한 종이, 사탕, 환타, 노래.......
writer : 유영애 (happymind770) date : 2009-04-03 15:12:39 hit:3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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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릴 때부터 하고 싶은 것은 다 하고 살았다. 그래서 매년 맞는 생일에 별로 갖고 싶은 것도 없고, 생일 선물을 받아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리고 마음으로 감사하지도 않았다. 그냥 내게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2008년에 맞은 생일은 내가 잊지 못할 날이 되어버렸다.
그날 나는 케냐에서, 마하나임 바이블 칼리지 수업 기간이어서 접수를 받기 위해 입구에 앉아 있었다. 오전에는 접수를 받고 오후에는 다른 단기선교사들과 생일을 축하하면서 보내려고 했다. 하지만 내 계획과 달리 새벽 5시부터 저녁 9시까지 입구를 지키면서 마하나임 바이블 칼리지에 오는 목사님들을 안내해야 했다. 우울했다. 입구에서 혼자 춥고 배고팠다. 누군가에게 “나, 생일이에요. 생일 선물 주세요!”라고 말해서 무엇인가를 받고 싶었다. 하지만 너무 바빠서 그러지도 못했다.
어느덧 저녁 식사 시간이 되었다. 갑자기 교회 안에 있는 현지인 사역자 아이들이 모두 나에게 와서 꼬깃꼬깃한 종이와 이상한 물건들, 사탕 등을 놓고 사라졌다. 내 앞에 쓰레기가 수북했다. 그 쓰레기들을 하나씩 펼쳐 보았다. 꼬깃꼬깃한 종이엔 내 이름과 생일을 축하한다는 말이 쓰여 있었다. 어떤 종이에는 영어로, 어떤 종이에는 키스와힐리로 쓰여 있고, 글을 모르는 아이들은 “$%&…” 그렇게 그들만의 언어로 써놓았다. 그 카드를 보고 난 웃을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이 내가 바쁜 줄 알고 생일 카드만 전해 주고 간 것이다. 또 일랙은 자기가 먹고 싶어했던 사탕을, 그레이스는 돌로 된 다리 한 쪽이 없는 물개를 주었다. 그것들을 준비했을 아이들을 생각하니 눈시울이 붉어졌다.
저녁 9시쯤, ‘아, 오늘은 생일 케이크도 없이 끝나는구나’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현지 사모님 한 분이 다가와서 “잠깐 나갔다 오자.” 하셨다. 마침 동료 단기선교사인 경아가 대신 입구를 봐줄 테니 다녀오라고 했다. 영문을 모르는 나에게 사모님이 말씀하셨다.
“퓨리티가 오늘 연주 생일이라면서 나에게 돈이 있냐고 물어 보더라. 없다고 하니까 아빠한테 가서 물었어. ‘아빠, 얼마 있어?’ ‘30실링.’ ‘아빠, 나 그것 좀 빌려줘. 내가 크면 갚을게. 오늘 시스터 연주 생일인데, 내가 대접하고 싶어서 그래.’ 그렇게 해서 얻은 돈을 나에게 주면서 ‘엄마, 나는 어린이니까 지금 자야 해. 그러니까 엄마가 가서 이걸로 시스터 연주 맛있는 것 사줘.’ 하더라.”
사모님은 나에게 레몬 맛 환타와 짜파티를 사주셨다. 음식점 주인인 자매님이 바나나를, 우연히 만난 벤손 형제가 목걸이를 선물로 주었다. 기쁘고 감사하고 행복했다. 다시 선교센터 입구로 돌아와서 소다를 마시는데, 목이 메여 왔다. 마침 위마나 목사님이 오셔서 무슨 일이냐고 물으셔서 그때까지의 일을 죽 이야기했더니 “Happy Birthday(해피 버쓰데이)~” 하고 노래를 불러 주셨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하나님은 나에게 그런 생일을 케냐에서 준비해 주셨다.
단기선교 활동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을 때 아빠가 “네가 뭐가 부족해서 아프리카에 가서 생고생을 하다 와야 하냐?” 하고 물으셨다. 맞다. 한국에서는 부족하지 않았다. 하지만 만족스럽지도 않았다. 아프리카, 케냐에서 중요한 것은 돈과 명예 같은 조건들이 아니라 ‘마음’이었음을 알았다. 내가 나를 위했던 삶과 하나님이 나를 위해 주신 시간들은 그 맛이 천지차이였다. 그곳에서 내가 하나님께 시간을 드렸을 때 하나님은 나를 너무나 아름답게 이끌어 주셨다. 하나님이 챙겨 주신 생일! 평생 잊지 못할 하나님의 발자국이 되었다.

-이연주(케냐 7기 굿뉴스코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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